[가이드] 행정심판 피청구인과 관할 위원회

[가이드] 행정심판 피청구인과 관할 위원회

억울한 처분을 받고 행정심판을 준비하다 보면, 심판청구서 양식을 펼치는 순간 먼저 막히는 지점이 있습니다. 청구 이유를 쓰기도 전에 맨 윗부분에 행정심판 피청구인과 위원회를 적는 칸이 있기 때문입니다. 「행정심판법」 제28조제2항제2호는 “피청구인과 위원회”를 심판청구서의 필수 기재사항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본론인 청구 이유를 쓰기 전에, 상대를 누구로 할지와 어느 위원회에 낼지부터 정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 두 칸을 채우는 기준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내가 상대해야 할 쪽”과 “내 사건을 심리할 곳”은 모두 처분서 한 장에서 역산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역산 방법을 모르면 막막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지금부터 그 기준을 하나씩 정리해 드립니다.

행정심판 피청구인과 관할 위원회 — 심판청구서 필수 기재사항 두 가지

피청구인은 누구인가

「행정심판법」 제17조제1항은 이렇게 정하고 있습니다.

“행정심판은 처분을 한 행정청(의무이행심판의 경우에는 청구인의 신청을 받은 행정청)을 피청구인으로 하여 청구하여야 한다. 다만, 심판청구의 대상과 관계되는 권한이 다른 행정청에 승계된 경우에는 권한을 승계한 행정청을 피청구인으로 하여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기관”이 아니라 “행정청”을 적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법 제2조제4호는 행정청을 “행정에 관한 의사를 결정하여 표시하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기관”으로 정의하면서, 법령이나 자치법규에 따라 행정권한을 가지고 있거나 위탁을 받은 공공단체·그 기관·사인까지 포함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처분서에 도장을 찍고 이름을 올린 쪽, 즉 처분서 명의자가 그대로 피청구인이 됩니다. “○○시”가 아니라 “○○시장”, “○○구”가 아니라 “○○구청장”을 적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반대로 처분 명의자가 합의제 기관이라면, 그 기관의 장이 아니라 기관 자체를 적어야 합니다. 대법원 2009. 7. 9. 선고 2007두16608 판결은 행정소송의 피고적격에 관한 판시인데, 원고가 처분 명의자인 “위원회” 대신 “위원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가 법원의 보정 기회에도 고치지 않아 소가 각하된 사안입니다. 행정심판 피청구인과 행정소송 피고는 “처분을 한 행정청”이라는 같은 문언 구조를 쓰기 때문에 실무상 같은 기준으로 봅니다. 기관명과 그 대표자 직함을 혼동하면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위임·위탁이 끼면 상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처분 권한이 위임되었는지, 내부위임에 불과한지에 따라 피청구인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대법원 1995. 12. 22. 선고 95누14688 판결(행정소송 피고적격 사안)은 실제로 결정한 기관이 상급기관의 지시를 따랐는지는 문제되지 않으며, 외부적으로 자기 이름으로 처분한 행정청이 상대가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결재 과정에서 누가 실질적으로 판단했는지보다, 고지서나 처분서에 어느 기관 이름이 찍혀 있는지가 기준입니다. 최근 대법원 2026. 1. 29. 선고 2024두60701 판결 역시 권한의 위임과 내부위임을 구분해, 내부위임만 받은 기관이 자기 이름으로 처분하면 그 처분 자체가 위법하다고 판시했습니다. 95누14688은 행정소송 피고적격에 관한 판시이고, 2024두60701은 처분 권한의 귀속에 관한 판시입니다. 다만 어느 쪽이든 “자기 이름으로 처분한 기관”이 기준이 된다는 점은 같아, 행정심판 피청구인을 정할 때도 같은 기준으로 봅니다. 처분서를 받으면 이름이 찍힌 기관을 그대로 확인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어느 위원회로 가는가

피청구인을 정했다면 다음은 관할 위원회입니다. 법 제6조는 처분을 한 행정청이 누구인지에 따라 심리·재결할 위원회를 네 단계로 나누고 있습니다. 처분서 명의자를 보고 아래 순서로 역산하면 됩니다.

  1. 처분서에 적힌 명의자를 확인합니다.
  2. 명의자가 시장·군수·구청장(자치구청장 포함)이거나 그 소속 행정청이라면 → 그 시·군·구가 아니라 시·도지사 소속 행정심판위원회로 갑니다 (제6조제3항제2호).
  3. 명의자가 시·도지사(특별시장·광역시장·특별자치시장·도지사·특별자치도지사, 시·도 교육감 포함)라면 → 중앙행정심판위원회로 갑니다 (제6조제2항제2호).
  4. 명의자가 중앙부처 장관이나 그 소속 행정청(국가행정기관)이라면 → 역시 중앙행정심판위원회로 갑니다 (제6조제2항제1호).
  5. 명의자가 감사원·국회사무총장·헌법재판소사무처장 등 독립성이 인정되는 기관이라면 → 그 기관에 두는 자체 행정심판위원회로 갑니다 (제6조제1항).
  6. 명의자가 특별지방행정기관 중 시행령이 따로 정한 곳이라면 → 직근 상급행정기관에 두는 위원회로 갑니다 (제6조제4항).
행정심판 관할 위원회 판별 흐름도 — 시장군수구청장 시도지사 중앙부처 감사원 특별지방행정기관

이 흐름에서 눈에 띄는 지점은 2번과 3번입니다. 시장·군수·구청장의 처분은 그 지방자치단체가 아니라 한 단계 위인 시·도지사 소속 위원회가 심리하고, 반대로 시·도지사 본인의 처분은 그보다 더 위인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심리합니다. 결과적으로 처분을 한 곳과 그 처분을 심리·판단하는 곳이 분리되는 구조입니다.

참고로 위탁받아 처분한 경우에는 기준이 하나 더 있습니다. 법 제6조제1항 괄호는 “위탁을 받은 행정청은 그 위탁받은 사무에 관하여는 위탁한 행정청의 소속 행정청으로 본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즉 위탁 사무에서는 처분 명의자(피청구인)와 관할 판단 기준이 서로 다르게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을 함께 기억해 두시면 좋습니다.

제6조제4항이 말하는 “시행령으로 정한 특별지방행정기관”의 구체적인 범위는 단서 조항 때문에 사안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뒤에서 다시 안내해 드립니다.

관할이 따로 정해진 분야도 있습니다

모든 처분이 위 네 단계 구조를 따르는 것은 아닙니다. 법 제4조제1항은 “사안의 전문성과 특수성을 살리기 위하여 특히 필요한 경우” 외에는 다른 법률로 “특별행정심판”이나 행정심판 절차에 대한 특례를 정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그런 필요가 인정될 때만 예외적으로 둘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제4조제2항은 “그 법률에서 규정하지 아니한 사항에 관하여는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다”고 해 보충 구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조세는 조세심판원, 특허는 특허심판원, 공무원 징계는 소청심사위원회, 토지수용·보상은 토지수용위원회가 각각 담당합니다.

다솜의 핵심 분야인 개발부담금도 관할이 따로 정해진 경우입니다. 「개발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제26조는 “개발부담금 등의 부과·징수에 이의가 있는 자는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른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행정심판법」 제6조에도 불구하고” 중앙토지수용위원회가 심리·의결해 재결한다고 정합니다. 이 조문의 제목은 “행정심판의 특례”로, 관할만 중앙토지수용위원회로 바뀌고 청구기간·피청구인·경정 등 나머지 절차는 행정심판법을 그대로 따릅니다. 개발부담금 고지전심사청구 절차가 궁금하시다면 고지전심사청구 안내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피청구인이나 위원회를 잘못 적었다면

여기까지 정리해도 막상 청구서를 쓰다 보면 피청구인이나 위원회를 잘못 적는 경우가 생깁니다. 다행히 법에는 이를 구제하는 장치가 여러 겹으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피청구인을 잘못 지정한 경우: 법 제17조제2항은 “위원회는 직권으로 또는 당사자의 신청에 의하여 결정으로써 피청구인을 경정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경정은 위원회가 판단해 결정하는 사항이라, 틀렸다고 해서 무조건 자동으로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경정이 이루어지면 제17조제4항에 따라 “종전의 피청구인에 대한 행정심판이 청구된 때에 새로운 피청구인에 대한 행정심판이 청구된 것으로 본다”고 정해, 처음 청구한 날을 기준으로 기간이 보전됩니다. 경정 결정에 이의가 있으면 제17조제6항에 따라 결정서 정본을 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위원회에 경정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낼 곳을 고민할 때: 법 제23조제1항은 “피청구인이나 위원회에” 심판청구서를 제출하면 된다고 정해, 처분청과 위원회 중 어디에 내도 무방합니다. 다만 피청구인에게 낼 때는 피청구인의 수만큼 심판청구서 부본을 함께 제출해야 합니다. 위원회에 직접 낸 경우에는 제26조제1항에 따라 위원회가 지체 없이 피청구인에게 심판청구서 부본을 보내야 하므로, 어느 쪽에 내든 결국 양쪽 모두에 전달됩니다.

처분청이 고지를 하지 않았거나 잘못한 경우: 제23조제2항은 행정청이 제58조에 따른 고지를 하지 않거나 잘못 고지해 청구인이 다른 행정기관에 심판청구서를 낸 경우, 그 행정기관이 지체 없이 정당한 권한이 있는 피청구인에게 보내야 한다고 정합니다. 이때도 제23조제4항에 따라 그 행정기관에 심판청구서가 제출되었을 때 행정심판이 청구된 것으로 봅니다. 다만 이 구제는 처분청의 고지 의무 위반이 있었던 경우에 적용되는 것이므로, 아무 기관에 내도 모두 구제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참고로 오고지·불고지에 따른 청구기간 계산 자체는 청구기간 안내 글에서 자세히 다루고 있습니다.

위원회 칸이 비었거나 틀린 경우: 법 제24조제5항은 “피청구인이 제1항 본문에 따라 심판청구서를 보낼 때에는 심판청구서에 위원회가 표시되지 아니하였거나 잘못 표시된 경우에도 정당한 권한이 있는 위원회에 보내야 한다”고 정합니다. 접수 이후 답변서 작성·송부 절차는 행정심판 접수부터 재결까지 절차 안내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행정심판 피청구인 관할 위원회 잘못 기재 구제 — 경정 이송 정당한 위원회 송부

정리하면, 피청구인을 틀려도 경정 절차를 거치면 처음 낸 날이 기준이 되고, 낼 곳을 틀려도 처음 제출된 날이 기준이 되며, 위원회 칸이 비었거나 틀려도 처분청이 정당한 위원회로 보내야 합니다. 세 가지 장치가 모두 “처음 낸 날”을 지켜주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관할을 모르겠다면 이렇게 확인하세요

제6조제4항이 말하는 특별지방행정기관 예외는 시행령 제3조에서 범위를 정하는데, 여기에는 “직근 상급행정기관이나 소관 감독행정기관이 중앙행정기관인 경우는 제외한다”는 괄호 단서가 붙어 있습니다. 이 단서 때문에 특정 기관의 처분이 실제로 어느 위원회 소관인지는 사안마다 다르게 결론이 날 수 있어, 이 글에서 특정 기관을 지목해 단정하지는 않겠습니다.

관할이 헷갈릴 때 가장 안전한 방법은 법에 있습니다. 제58조제2항은 “행정청은 이해관계인이 요구하면” 해당 처분이 행정심판 대상인지, 대상이 된다면 “소관 위원회 및 심판청구 기간”을 지체 없이 알려주어야 한다고 정합니다. 서면으로 요구하면 서면으로 답해야 한다는 조항도 함께 있습니다. 관할을 스스로 판단하기 어렵다면, 처분청에 소관 위원회를 서면으로 물어보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행정심판 관할 위원회 문의 — 처분청 서면 요구 제58조제2항

온라인으로 행정심판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몇 가지 실무상 차이가 있습니다. 법 제52조제2항은 전자문서로 제출하면 부본을 제출할 의무가 면제된다고 정합니다. 같은 조 제3항·제4항은 제출한 사람이 접수번호를 확인한 시점을 접수 시점으로 보고, 청구기간도 그 시점을 기준으로 계산한다고 정합니다. 기한이 임박했다면 제출 후 접수번호를 반드시 확인해 두시기 바랍니다.

마무리하며

피청구인과 관할 위원회를 정하는 일은 사소해 보이지만, 처음 접하는 분들에게는 청구 이유를 쓰는 것보다 더 막막하게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다행히 법에는 잘못 지정해도 되돌릴 수 있는 장치가 여러 겹으로 마련되어 있으니, 너무 불안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기한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처분서를 받으신 직후에 피청구인과 관할 위원회를 함께 확인해 보시는 것을 권해 드립니다.

다솜행정사사무소는 청구서 작성부터 답변서·보충서면 대응까지 행정심판 전 과정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피청구인이나 관할 위원회가 헷갈리신다면, 상담을 통해 자세히 안내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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